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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 서울행정법원

여행증명서발급거부처분취소

2009구합34891 선고 2009.12.31 일반행정
서울행정법원
법원
2009.12.31
선고일
2009구합34891
사건번호
일반행정
사건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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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원 고

피 고
오사카총영사관총영사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박준범)
변론종결
2009. 11. 26.
주 문

1. 피고가 2009. 5. 25. 원고에 대하여 한 여행증명서 발급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지위
(1) 국적 : 일본 체류 ‘조선적’ 동포로서 일본 국적 실무상 무국적자로 분류됨
(2) 조선적의 의미
(가) 정의 : 1945년 해방 후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 가운데 대한민국이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적을 갖지 않고, 일본에 귀화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부여된 일본 외국인 등록제도상 편의상의 적
(나) 일본의 공식 국적 처리 : 구 조선의 호적 등재자 및 그 자손(일본 국적을 보유하는 이는 제외) 가운데 외국인등록상의 국적표시를 아직 대한민국으로 변경하지 않은 사람으로 정의
나. 원고의 여행증명서 발급신청(2009. 4. 30.)과 국적 미변경 의사표시
(1) 방문 목적 : 한국 내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하는 한·일 공동심포지엄 「식민지 재일조선인 사회의 형성과 단체활동의 전개」토론자로 참석
(2) 원고의 국적 미변경 의사표시
(가) 여행증명서 발급신청시 : 발급 담당자로부터 발급신청서 이외에 별도로 이유서(사유서) ‘이유’ 란에 국적을 변경할 예정인지 여부를 기재할 것을 요구받고 ‘현시점에서는 변경할 의사가 없고 변경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고 기재함
(나) 피고와 개별 면접시(2009. 5. 12.) : 피고가 학술대회 개요와 초청경위, 가족관계, 직장 등에 대한 질문을 한 다음 국적 변경 의사를 다시 물어 원고는 이유서(사유서)에 기재한 내용대로 국적 변경 의사도 없고 변경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고 대답함
다. 피고의 여행증명서 발급거부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
(1) 처분일 : 2009. 5. 25.
(2) 방식 : 원고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를 구두로 통보
(3) 사유 : 경찰청이 하는 원고에 대한 신원증명이 잘 안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6,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 전 항변
무국적자인 원고에게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여권법 등 관련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여행증명서를 신청하여 발급받을 수 있는 권리 내지 법률상 이익이 없다. 또한 주권 국가의 여행증명서 등 발급 여부에 관한 행위는 무국적자의 입국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주권적 행위로서 행정청의 일반적인 처분·부작위와는 기본적으로 그 성격이 달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법리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려면, 행정청의 행위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이 그 국민에게 있어야 하고, 이러한 신청권의 근거 없이 한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에는 그 거부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두11626 판결 등 참조).
(2) 관련 법령
여권법 제14조는 여권을 갈음하는 증명서의 발급과 효력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그 제1항에서 국외 체류 중에 여권을 잃어버린 사람으로서 여권의 발급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람에게 여행목적지가 기재된 여권을 갈음하는 증명서(여행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 그 제3항에서 여행증명서의 발급과 효력에 관하여 여권법 제9조와 제12조를 준용하고 있다.
여권법 제9조는 여권의 발급신청에 관하여, 제12조는 여권의 발급 등의 거부, 제한에 대하여 각 규정하고 있고, 여권법 시행령 제16조는 여행증명서의 발급대상자로 출국하는 무국적자(제1호), 그 밖에 외교통상부장관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제5호) 등을 규정하고 있고, 그 제17조는 여행증명서 발급신청에 관하여 일반 여권의 발급신청 규정인 제5조를 준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1962년에 가입한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28조(여행증명서)는 영토 내에 합법적으로 체재하는 무국적자에게 국가의 안전과 공공질서의 상당한 이유로 인하여 별도의 조치가 요구되지 않는 한 그 영토 외로의 여행목적을 위하여 여행증명서를 발급하도록 체약국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법) 제10조(외국 거주 동포의 출입 보장)는 외국 국적을 보유하지 아니하고 대한민국의 여권을 소지하지 아니한 외국 거주 동포가 남한을 왕래하려면 여권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여행증명서를 소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판단
위 각 규정들에 나타나는 남북교류법과 여권법의 입법취지와 내용, 외국 거주 동포의 지위,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협약의 여행증명서 발급 규정, 특히 남북교류법 제10조가 원고와 같이 무국적자인 일본에 체류하는 조선적 동포를 외국 거주 동포로 규정하면서 외국 거주 동포가 남한을 왕래하려면 여권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소지할 것을 규정함으로써 대한민국에의 출입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점, 외교통상부장관은 여권법 시행령 제16조 제5호에 따라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에 대하여 여행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는 점, 원고와 같은 외국 거주 동포가 이러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으면 대한민국이나 다른 나라의 여권이 없더라도 대한민국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남북교류법과 여권법 등은 원고와 같은 외국 거주 동포를 단순한 외국인과는 달리 취급하여 외국 거주 동포에게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여행증명서 발급 신청이 거부되는지 여부에 따라 그 법률관계에 변동이 생기게 되므로 피고의 여행증명서 발급으로 원고가 누리는 이익은 단순한 반사적 이익이 아니라 법률상 이익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피고의 여행증명서 등 발급 여부에 관한 행위가 무국적자의 입국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주권적 행위로서 행정청의 일반적인 처분·부작위와는 기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를 인정할 아무런 법률적 근거도 없다.
따라서 남북교류법 제10조가 규정한 외국 거주 동포인 원고의 이 사건 여행증명서 발급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한 이 사건 거부처분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의 표면적인 이유는 경찰청에서 신원증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나 그 실질적인 이유는 원고가 무국적자로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를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피고가 위와 같은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여권법과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위반하였고 나아가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제11조 등에 위반한 행위로서 위법할 뿐만 아니라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처분이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여권법의 적용 여부
여권법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 여권의 발급, 효력과 그 밖에 여권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제2조). 따라서 무국적자로서 외국 거주 동포인 원고에게 여권법이 바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교류협력법 제10조가 원고와 같은 외국 거주 동포가 남한을 방문하는 경우 여권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소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같은 외국 거주 동포에게 여권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여행증명서를 발급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권법의 규정이 적용되거나 최소한 그 내용이 준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 제한하기 위해서는 여권법이 정한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 또는 제한 사유에 해당하거나 또는 그에 준하는 정도의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
(2) 여권법이 정한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 또는 제한 사유 해당 여부
피고가 이 사건 여행증명서 발급 신청을 한 원고에 대하여 수차례에 걸쳐 국적 변경 의사를 확인하였고 이에 원고가 국적 변경을 할 예정이 없다는 답변을 하자 결국 경찰청의 신원증명을 이유로 그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여권법 제12조 제1항, 제3항은 여권의 발급 등을 거부, 제한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규정하고 있고, 여권법 제14조 제3항은 위 조항을 여행증명서에 준용하고 있는데, 피고가 주장하는 경찰청의 신원증명 등의 처분사유는 앞서 본 여권법 제12조 제1항, 제3항이 정한 여권이나 여행증명서의 발급 등을 거부 또는 제한할 수 있는 그 어느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 피고의 주장
- 원고는 조총련 산하 재일조선대학교 및 조선고급학교 출신으로 1999. 8. 조총련 산하의 조선청년동맹 대표단으로 방북, 제10차 범민족대회 및 제4차 범청학련 총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 원고는 2001. 12. 재일한국유학생연합회-재일조선유학생동맹(조총련 산하단체) 교류모임에 재일조선유학생동맹 대표로 참가하는 등 공식적으로 조총련 산하 청년조직 간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강연 및 논문 등을 통해 북한체제를 옹호하고 대한민국의 국체를 인정하지 않는 주장들을 펴고 있다.
- 피고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신원 내지 정체성을 확신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원고가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간첩활동 등 국가의 안전보장, 공공질서 등에 위험이 되는 행위를 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보장할 수 없어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한 정당한 처분이다.
○ 판단
여권법 제12조 제1항 제4호는 국외에서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나 통일, 외교정책에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일정한 경우에 여권의 발급을 거부, 제한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 남북교류법 제9조의2 제3항은 통일부장관이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할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남북한 주민 접촉 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앞서 본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28조도 국가의 안전과 공공질서의 상당한 이유로 인하여 별도의 조치가 요구되는 경우를 무국적자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사유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제반 규정의 법리와 그 각 규정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같은 무국적자인 외국 거주 동포에게 남북교류법 제10조, 여권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여행증명서를 발급하는 경우에도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우려가 명백하게 있는 사유가 있으면 피고에게 그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하거나 또는 제한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원고에게 여행증명서를 발급하면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에게 피고의 주장과 같은 국가의 안전보장 등에 대한 명백한 위험사유가 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나아가 원고가 이미 이전에도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여러 차례 대한민국을 방문해서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하는 등의 학술 활동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에게 그 주장과 같은 국가의 안전보장 등에 대한 명백한 위험사유가 있었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소결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합리적인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 남용한 처분이므로 위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
[별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성지용(재판장) 이창헌 강문희